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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스불재 강연: 1인 사업자는 왜 제품보다 사람을 먼저 모아야 할까
1인 사업자·프리랜서·스타트업 리더 50여 명이 모인 스불재에서, MVP보다 먼저 MVC(최소한의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커뮤니티 리드 그로스(Community-Led Growth) 전략과 빌드 인 퍼블릭, 팬덤을 이야기한 강연 기록입니다.
‘스불재’는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을 즐기는 사람들’의 줄임말입니다. Threads Builds Club이 연 네트워킹 파티의 이름이고, 지난 주말 이 자리에 1인 사업자와 프리랜서, 스타트업 리더 50여 명이 모였습니다. 저는 ‘Community-Led Growth: 돈도 빽도 없는 우리들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커뮤니티 코드》를 쓰고 커뮤니티와 브랜드를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습니다. 혼자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부딪히는 문제 상당수는 사실 커뮤니티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세 가지 고민, 하나의 원인
1인 사업자들의 고민은 대개 이렇게 들립니다. 제품에 확신은 있는데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 콘텐츠에 반응은 오는데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네트워킹 자리에 꾸준히 나가는데 명함만 쌓인다.
판로와 마케팅과 인맥,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원인은 하나입니다. 내 일과 관계를 맺을 사람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품을 먼저 만들고 살 사람을 나중에 찾는 순서로 일하면 이 세 고민이 한꺼번에 찾아옵니다.
이 순서의 대가는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CB Insights가 실패한 스타트업들을 분석했을 때 가장 많이 꼽힌 원인은 자금이나 경쟁이 아니라 ‘시장의 수요 없음’(42%)이었습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을 열심히 만든 것입니다. AI로 누구나 제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이 위험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빨리 늘기 때문입니다.
MVP보다 먼저 MVC
스타트업은 최소 기능 제품, MVP로 시장을 확인합니다. 저는 혼자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그보다 먼저 MVC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소한의 커뮤니티(Minimum Viable Community), 같은 문제를 가진 소수의 사람이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품을 만들어 수요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를 확인하면서 제품을 만들려면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어야 합니다.
인디해커스(Indie Hackers)의 커뮤니티를 이끌었던 로지 셰리(Rosie Sherry)는 MVC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람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셰리는 커뮤니티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고 보고, 처음부터 많은 것을 계획하기보다 작은 실험을 반복하라고 권합니다. 거창한 플랫폼이 아니라 작은 모임 하나, 대화방 하나에서 시작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강연 제목의 ‘빽’이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돈이나 인맥이 아니라, 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서 내가 만드는 것을 먼저 써보고 솔직하게 말해줄 10명입니다. 팔로워 1,000명보다 대화할 100명이, 그 100명보다 함께 만들어갈 10명이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더 큰 자산입니다. 이 10명이 있으면 제품을 내놓는 날 빈 방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되고, 제품이 실패해도 같은 문제를 풀려는 관계는 남아 다음 시도의 첫 사용자가 됩니다.
빌드 인 퍼블릭은 과정을 공유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돈도 빽도 없는 사람이 이 10명을 어떻게 만날까요. 제가 권한 방법은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는 빌드 인 퍼블릭(Building in Public)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빌드 인 퍼블릭을 개발 일지를 SNS에 올리는 일 정도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매일 과정을 올리는데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경험을 합니다. 과정 공유는 겉모습일 뿐입니다. 빌드 인 퍼블릭의 실제 흐름은 메이커의 퍼스널 브랜딩에서 프로덕트의 브랜딩으로, 다시 그 브랜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이어집니다. 공개한 과정은 지지자를 만나기 위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쌓아야 하는 것은 일기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여줄지가 중요합니다. 잘 다듬어진 결과와 좋은 지표만 올리면 빌드 인 퍼블릭은 금세 성공 전시회가 됩니다. 사람은 이미 완벽한 것에 숟가락을 얹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막힌 지점과 실패한 실험, 아직 풀지 못한 고민을 보여줄 때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이 “나도 그런데” 하며 말을 걸어옵니다. 그 첫 대화가 MVC의 시작입니다.
팬덤은 완성품이 아니라 과정에서 생긴다
이것은 팬덤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같습니다. 팬은 완성된 결과물만 보고 생기지 않습니다. 함께 지켜본 과정이 있어야 생깁니다. 시행착오를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들은 그 브랜드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여깁니다.
잘 만든 커뮤니티와 팬덤은 무엇을 하는지보다 그 안의 멤버가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합니다. 1인 사업자의 첫 10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이 제품을 처음부터 알아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면 그 10명은 사용자를 넘어 가장 먼저 소문을 내는 사람이 됩니다.
그 10명을 고르는 기준이 브랜딩이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10명은 아무나 모은 10명이 아닙니다.
저는 브랜딩을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오래 함께할 사람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직접 만나보는 데 있습니다. 첫 10명과 나누는 대화도 단순한 피드백 수집이 아닙니다. 어떤 의견은 받아들이고 어떤 의견은 걸러낼지 정하는 과정에서 내 일의 의사결정 기준이 드러나고 검증됩니다. 브랜딩이 되어 있다는 건 결국 그 기준이 내게 있다는 뜻입니다. 1인 사업자에게 커뮤니티와 브랜딩은 따로 할 일이 아니라 같은 일의 앞뒤입니다.
혼자 시작했다는 것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이라는 말은 혼자 시작했다는 뜻이지 혼자 해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날 스불재에 모인 50여 명도 각자의 재앙을 들고 와서 서로의 고민을 나눴고, 강연 뒤에는 질의응답으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제품을 하나 더 다듬기 전에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내 일의 첫 10명은 누구인가.
함께 고민을 나눠주신 스불재 참가자분들과 자리를 마련해주신 Threads Builds Club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