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기록워크숍
광명 청년동 워크숍: 공공 공간이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려면
동네 기반 모임 플랫폼을 준비하던 광명시 청년동 직원들의 사전 스터디 워크숍 기록입니다. 공공이 커뮤니티에 도전할 때의 어려움과 공공이기에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을 남깁니다.
“매달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사람들은 왜 일회성 참여에 그칠까요?”
“단톡방을 만들면 왜 결국 공지사항만 전달하는 죽은 공간이 될까요?”
지난 12월 18일, 광명시 청년 공간 청년동의 초청으로 직원분들과 워크숍을 했습니다. 청년동은 동네를 기반으로 한 청년 모임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직원들이 먼저 공부해보자는 뜻으로 마련됐습니다.
직원분들은 이미 제 책 《커뮤니티 코드》로 북스터디를 한 차례 마친 상태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현장에 비춰본 고민을 질문 55개로 정리해 미리 보내주셨고, 위의 두 질문도 그 안에 있었습니다.
사업보다 공부가 먼저였던 팀
공공사업은 대개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정한 뒤 실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순서로 움직입니다. 그 흐름 안에서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왜 남지 않는가”부터 묻는 경우는 제가 만나온 현장에서 흔하지 않았습니다.
55개의 질문을 읽으며 이 팀이 쉽지 않은 일에 도전하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공공 공간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에서 청년들이 스스로 모이는 곳으로 바뀌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이라서 더 어려운 것
공공 공간에 오는 사람들은 대개 혜택을 받으러 옵니다. 공간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고 방문자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입니다. 이 관계에서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사람도 돌아갑니다. 커뮤니티가 되려면 방문자가 이곳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반대의 기대를 안고 출발하는 셈입니다.
성과를 증명하는 방식도 발목을 잡습니다. 공공사업은 참여자 수를 보고해야 합니다. 숫자가 기준이 되면 운영은 사람을 더 모으는 쪽으로 기울고, 관계가 깊어지는 것은 그 숫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공공이라서 할 수 있는 것
그런데 공공만 할 수 있는 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민간에서 커뮤니티를 운영하려면 결국 회비든 매출이든 돈이 돌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관계를 맺을 기회도 낼 수 있는 돈만큼 열립니다. 공공은 비용 걱정 없이 누구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열 수 있습니다. 만남의 기회가 형편에 따라 갈리지 않게 하는 일은 공공이 맡을 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당장 성과를 팔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힘입니다. 매출을 내야 하는 공간은 관계가 무르익기를 오래 기다리기 어렵습니다. 공공 공간은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동에는 이미 공간이 있고, 같은 동네에 사는 청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민간에서 커뮤니티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모일 장소와 모일 이유를 찾는 데서부터 막히곤 합니다.
워크숍에서 나눈 것
55개 질문에 답하며 이 힘을 살리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처음 온 사람을 손님이 아니라 구성원으로 맞을 것. 친절한 안내보다 이곳에서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어떻게 말을 거는지 같은 작은 규칙이 먼저 보이면 방문자는 자신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운영자가 모든 것을 준비하지 말 것. 사람은 직접 손을 보탠 대상에 애착을 느낍니다. 청년이 직접 채울 자리를 일부러 남겨두는 것이 운영자의 일입니다.
참여자 수 옆에 관계의 밀도를 함께 볼 것. 운영자가 자리를 만들지 않아도 멤버끼리 모이는지, 프로젝트에 실패한 호스트가 다시 도전할 때 다른 멤버들이 지지하는지. 이런 질문을 성과 기준에 넣으면 예산 지원이 끝난 뒤에도 남을 것이 보입니다.
청년동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55개의 질문에는 운영 기술보다 큰 고민이 담겨 있었습니다. 청년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질문을 이만큼 구체적으로 붙든 팀이라면 숫자 너머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커뮤니티는 짓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입니다. 청년동은 공간을 지었고, 이제 그 위에 사람을 쌓는 일을 시작합니다. 일회성 참여를 묻던 질문이 언젠가 “요즘은 우리끼리 알아서 모여요”라는 이야기로 바뀌기를 기다리겠습니다.